최근 psp 다운로드 콘텐츠로 파이날판타지 7과 9를 다시 플레이했다. 파판 7은 비싼돈주고 구입했으면서도 손에 안붙어 못하고 있다가, 몇년 뒤에야 한글판을 어찌어찌 구해서 다시 진행, 게임이 나온지가 언젠데 이제야 겨우 클리어했음.
파판7은 해볼 기회도 많았고 도전도 많이 해봤지만 도저히 매력이 느껴지지 않아 - 특히 주인공이 맘에 들지 않아서 - 손에 붙질 않았는데, 간신히 한글판이라 해볼 마음이 생겨 잡고 결국 쉽게 클리어했다. (한글판은 정말 잘 만들어져 있었다) 진짜 쉽게 클리어했다. 파판이 원래 이렇게 쉬운 게임이었던가? 싶을정도로 쉽게 엔딩 봤다. 추가보스같은건 관심도 없고 의미도 없어서 그냥 쭉쭉 진행하는데, 아무런 불편함도 무리도 없었다. 다만, ATB 전투 템포가 너무 느리고 몬스터 애니메이션 로딩이 의미없이 길어 이건 뭐 실시간으로 싸우는건지 턴베이스로 싸우는건지..하염없이 기다리기만 한적도 몇번 있었던것 같음.
그래도 클리어하고 느낀점은, 다들 괜히 FF7 노래를 부르는게 아니구나 하는것. 최근 많이 바뀐 게임 취향과 전반적으로 일본산 RPG 는 별 매력을 못느낌에도 불구하고 스토리텔링이나 전개방식이 크게 지루하지 않았다. 아니, 철지난 게임에도 불구하고 꽤 즐기고 있었다는걸 알게 되었다. 매력없던 주인공도 후반부에는 약간의 반전과 더불어 그냥저냥 이해도 하게 되었고. 어쨌든 한번정도는 클리어해볼 게임이라는것에 이의는 없다.
반전은 FF9에 있는데, 나는 애초에 7탄보다 9탄에 더 흥미가 있었다. 3탄부터 시작해 패미컴에서 처음 엔딩을 본 게임시리즈였는데 3탄느낌이 퐁퐁 나는 올드테이스트 따뜻한(?)느낌의 그래픽, 제작자가 주장하길 옛 FF의 느낌을 살려서 만들었다고..
뻥치지마!
확실히 7탄을 하고난뒤 9탄을 잡으니 ps의 성능을 쥐어짠듯한 그래픽과 애니메이션 패턴, 프리랜더링된 배경그래픽까지 많은 부분 신경써서 만들었다는것을 알게된다. 하지만 거기까지. 생각보다 안팔렸다고 하는데, 추측하건대 올드 테이스트가 그시대 게이머들에게 잘 먹히지 않았던가 싶었건만 그게 아니라.. 재미가 없다. FF7보다도 훨씬 퇴화된 게임성, 어디로 흘러가는지 전혀 흥미없는 스토리, 매력없는 캐릭터(마법사 빼고), 그리고 끔찍한 ATE전투!!!
ATE 는 최고최악으로 잘못 설계되어있다. ATE의 의의는 너한번 나한번의 단조로운 턴 전투방식을 어떤식으로든 개선해보려고 했던것 아니던가. 근데 이건 시스템 설계의 문제인지 성능상의 문제인지 내 턴이 돌아와서 커맨드 선택을 해도 한~참 기다리다가 나는 움직이지도 않고 적들만 디립다 패서 죽어나가는일이 한두번이 아니다. 그렇다고 체감난이도가 높은가 하면 또 그건아니고..오히려 쉬운편에 속하는데도 시스템때문에 자꾸 죽는 캐릭터가 생기니까(경험치 못먹으니까) 짜증이 난다. 하다하다 이렇게 전투템포가 거지같은 게임도 찾기 힘들꺼다. 설계를 잘못한게, 그래픽과 성능때문에 게임성을 말아먹은 전형적인 예이니까, 그리고 약간은 기대하던 ps 시절 마지막 파판이기도 하니까.
결국 20레벌 언저리에서 더이상 진행을 못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FF는 50레벨 언저리쯤, 비공정 얻으면서부터 플롯에서 약...간 벗어난 월드투어가 가능해지는데 거기까지 참지도 못하겠다.
두번째는 내가 게임을 하는건지 게임이 게임을 하는건지 알 수 없는 강제진행의 연속. 바로 직전에 FF7을 하면서 느낀 답답함이 폭발했다. FF7보다더 더 답답한 강제진행 이벤트는
이벤트 대화 - 강제이동 - 전투 - 강제이동 - 이벤트 - 강제이동 - 어디론가 순간이동 - 파티변경(!!)
한두번이 아니다. 이건 뭐 중간에 파티창 열어서 점검할 시간도 안줘. 내가 할 수 있는게 지리하게 늘어지는 전투때 커맨드 선택하는것 뿐이다. 플롯도 지루해서 이벤트는 죄다 예측 가능하고, 세상물정 모르는 공주님도 짜증나고 겉도는 주인공도 짜증나고 이. 다 봤다 이제 뭔가 하자 싶으면 다른쪽 이야기라고 해서 파티가 홀라당 뒤집어지는것도 예사니까.. 이건 게임에 몰입을 하라는건지 말라는건지.
또 하나, 주인공 클래스가 도적이다보니까 대놓고 보스전에서 보스 아이템 훔치라고 (시스템상으로도 훔치는게 이득인지라) 강요하는데 잘 훔쳐지지 않는건 둘째치고 주인공이 뎀딜러 역할을 하는데 그넘을 훔치기만 시키고 있으려니 다른 파티 세명은 줄창 막대기로 톡톡 치면서 생존게임이나 벌이고 있는거다. 이건 뭐하자는 플레이지?
안팔릴만했다. 상대적이라지만.
나중에 까먹고 지뢰밟지 않기위해 점수 매기면
파판7은 80점
파판9는 30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