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발더스게이트2는 아무리 해도 손에 잡히지가 않는다. 네버윈터나이츠는 시작부터 재미가 없었고, 네버윈터나이츠2는 노트북이 도저히 감당하질 못한다. 처음엔 괜찮았는데 요즘엔 돌릴때마다 괴성과 열기를 뿜어대서 그만하기로 했다. 3D 스타일의 RPG는 맞질 않는다. 노트북이 견디질 못하고, 인터페이스도 많이 불편하니까. 시스템쇼크랑 데이어스엑스2도 돌려봤는데 작은 화면에 멀미만 늘어나서 손대지 못하겠다.
1.5. 네버윈터나이츠2는 한글화의 혜택으로 푸짐하게 즐기다가 노트북이 간간히 뻗어서 못하고 있다. 1탄은 너무 인상이 안좋아서 편견 가지고 시작했는데 아무래도 1탄보다는 훨씬 좋다.
우리말은 축복이다. 다만, 발번역은 저주와도 같다. 도저히 몰입이 되질 않는다. 아버지가 딸에게 하오체를 쓰고 있자니 이건 뭐..캐릭터도 자주 만들곤 하는 원거리 활특화 레인저인데 설득고자에 공격력도 바보고 이럴꺼면 컨셉 제대로 잡고 시작할걸 그랬다. 다시 새로하기엔 좀 부담되는 지점까지 진행해서 그냥 이걸로 엔딩봐야 한다. (할 수만 있다면). 3D 특유의 불편한 시점 + 버벅거림도 있고, 깔끔한 2D 에 비해 직관적으로 알아먹기 힘든 각종 오브젝트는 단점. 그리고 편의사항인 상호작용 오브젝트 강조 Z키는 완전 단점이다. 이러면 배경 이쁘게 만들어놓은 의미가 없다고 본다. Z키만 눌러서 상호작용 오브젝트만 터치하고 다니니까, 심지어 상호작용 오브젝트도 많지도 않고 기준도 없다. 잘 만든 배경과 레벨 디자인이 무색하다. 근데 사람이 또 간사한게 아케이넘에서도 Z키 눌러대고 대응되는 단축키 없나 찾아보고..
발더스게이트때부터 이어져 온 과도하게 친절한 UI는 덕분에 과하게 지저분하다. 파티명령 호출도 불편하고. 전투는 허공 솜방망이질이라 그냥 하나보다 하는데, 이 실시간 정지 전투는 참 뭐랄까 그냥 귀찮기만 해서 재미가 없다. 드래곤에이지까지는 가야 정리가 되나보다.
빨리 네버윈터 가야 하는데 리자드포크들이 배를 습격해서 가질 못하고 있다. 더 정확하게는, 네버윈터나이츠2가 내 노트북을 습격해대서 진행을 못하고 있다!
2. 웨이스트랜드를 다시 시작했는데, 이번엔 부담가지지 않고 그냥 빌트인 캐릭터로 시작했다. 예전 로그가 약간 남아있더라. 첫마을 하이풀에서부터 막혀서 여기저기 비비고 다니다보니까 의외의 면면이 발견되어 소소하게 놀랐다. 구석에 있는 헛소리 하는 꼬마가 바비라는것도 알았고, 자기 개를 죽이지 말라고 하고 비밀 동굴에 대해서도 술술 풀어놨다. 한번의 키워드 대화만으로는 얻지 못한 정보들인데, 심심해서 두어번씩 넣어줬더니 계속 쏟아낸다.
결국 숨겨진 비밀 동굴의 위치는 대략 짐작이 가는데 안나오는거다. 퍼셉션 사용했더니 뿅하고 튀어나온다. 아래로 내려가는 동굴인데, 내려갈 수가 없다. 혹시나 해서 파티 분리해서 등반 가진 캐릭터로 아무리 비벼봐도 되질 않는다. 정보를 제대로 안읽어봐서 그랬다. 혹시나 해서 로프를 사용해봤는데, 휘릭하고 줄을 내려서 내려가버렸다. 너무 요즘 게임만 했었나보다. TRPG같은 개방된 사고가 필요한데말야. 아무래도 RPG보다는 어드벤쳐적인 사고방식이 좀 필요하다. 어드벤쳐 게임에선 되든 안되든 주어진 단서나 아이템들 다 디밀어보고 그러지 않았던가. 다만, 웨이스트랜드는 논리적으로 좀 더 명확하고 단순하다.
내려갔더니 돌더미에 막혀서 어딜 다니질 못한다. 별별짓을 다 해봐도 안되고, 결국 등반있는 캐릭터로 비벼댔더니 훌렁 넘어가는게 아닌가. 헐. 조금 가다보니 광견병 걸린 미친개가 나타났다. 일단 들이대니까 때려잡긴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냥 도망나와도 되었을뻔 했다. 왜냐면 나오자마자 개 주인인 바비가 달려들었거든. 이걸 죽이기도 애매해서 또 도망다니는데, 마을에서 나가려고만 하면 달려든다. 일단 여기까지. 죽일 수 밖에 없는걸까?
3. 전설의 명작(?)이라는 아케이넘 돌려봤다. GOG 버전의 깔끔한 설치 + 잘 만든 유저패치까지 한큐에 설치하고 시작했다. 불편하고 답답하다는 리뷰가 많았는데 첫 인상은 의외로 깔끔하고 넓직한(패치했으니까 그렇겠지) 그리고 의외로 잘 정리되고 아이콘화 된 인터페이스. 폴아웃과는 비교도 할 수 없고, 발더스게이트와 비교해도 훨씬 깔끔하고 미려한 레벨 디자인에 그래픽도 이정도면 썩 괜찮다. 물론 3D가 대세가 되어가는 시절에 시대착오적인 그래픽으로 나왔으니 막 나왔을때는 욕좀 들어먹었을듯. 하지만 여태까지 한 올드스쿨 RPG 중에선 가장 부담없는 그래픽이다. 네버윈터나이츠는 3D화 해서 더 엉망이었으니까.
시작하자마자 주인공이 탄 비행선이 추락하고, 어떤 아저씨로부터 반지를 받으면서 소년을 찾으라고 하는 뜬금포에 주절주절 말 많지만 밉지 않은 첫 동료까지 얻었다. 여기까지의 인상으로도 깔끔하다. 일단 첫 마을까지 갔는데 제대로 읽은건지 모르겠지만 마을에 광산이 있고, 광산지주인 아줌마가 있고 아들한테 물려줬다나 뭐라나 그런것 같고..무한도전 보면서 해서 잘 집중을 못했다.
다음날 출근해서 번역된 메뉴얼들 보니까 캐릭터 엉망으로 만든걸 알아챘다. 대충 훑어 읽어서 하프엘프가 기술친화적인 종족인줄 알았더니...기술에 모조리 -1...그리고 배경도 설정하지 않았고(만들다 까먹고 정신없어서) 총기술로 가려고 했는데 총기기술도 하나도 없다. 초반엔 힘들다고도 한다. 메이킹할때 캐릭터 점수 5점을 주는데, 이걸로 스탯도 찍고 기술도 얻지만 발더스게이트 하던 습관때문에 죄다 스탯에 찍어놔서 할게 없다.
일단 기술주의자쪽으로 하고 싶은데 이걸 다시 만들어야 하나 그냥 가야 하나 고민이다. 아직 올드스쿨 RPG들이 언어장벽도 좀 있고 인터페이스도 불편하고 그래픽도 구려서 부담감이 있지만 적응되니까 할만하다. 오히려 웨이스트랜드는 그래픽을 기호로 인식하고 하니까 더 1인용 TRPG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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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버윈터나이츠2에 비교하면 웨이스트랜드는 진짜 대단한 게임이라는걸 알 수 있다. 네버윈터나이츠2는 할게 거의 없다. 대화, 전투, 던전, 전투, 던전. 웨이스트랜드는 어지간한 상식적인건 다 된다. 강에 들어가면? 운나쁘게 급류에 휘말려서 쳐맞는다. 네버윈터나이츠2는 강에 들어갈 수 조차 없다. 상호작용은? 마찬가지로 할게 없지. 주어진 길 이외에는 갈 수가 없으니까. 들은 이야기지만, 후대의 게임들의 고해상도 그림 한장정도 되는 용량으로 이게 다 구현된건 정말 대단한 일이다. 그래서 웨이스트랜드2가 너무 기대된다. 과연 상호작용을 어디까지 구현해놓을수 있을까? 전투는 얼마나 깨알같이 재미질까?
노트북이 꼬져서 이런게임만 하다보니 오히려 게임불감증이 날아가는것 같다. 좋은일이지. 다만, 유부남으로선 안타까운 일이기도 하고..(집중해서 느긋하게 해야 하는 게임을 완전 정 반대의 상황에서 찔끔찔끔 즐겨야 하니까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