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의 발큐리아 3탄을 재미지게 하고 있는데, 캐릭터에 대한 애착도 없고 시나리오나 컷신은 스킵스킵. 순수하게 전략...이라기보단 턴베이스 액션게임으로 즐기고 있다. 

아무래도 사전정보가 거의 없다보니 언제 뭘 쓸지 몰라 삽질도 많이 했고(물론 게임내 튜토리얼은 꼼꼼하게 읽어보지만) 운용법 같은건 몇번이나 리타이어해서 습득하다보니 이게 또 새로운 잔재미가 있다.

노골적인 캐릭터게임인데도, 캐릭터에 대한 애착보다는 성능이 높고 용도가 확실한 유니트부터 사용하니까 좋아하는 캐릭터 위주로 키워야 한다는 부담이 없다. 완전 구린 주인공은 매번 쩌리되기 일수 ㅋ 리타이어를 많이 하다보니 해당 스테이지에 배치해야 할 캐릭터에 대한 전략적인 고민도 하게 된다. 맷집 높은 유니트로 시선 돌리고 이동력 높은 유니트로 우회해서 뒤에서 저격..같은것도 스스로 해보고 통해서 놀랐다. 아무생각없이 하는 게임들에 너무 익숙해져있었던거임 ;; 

아직도 공병 설치방법에 대해서 잘 모르겠고 맵은 정찰병으로돌아다녀보기 전까지는 고저차와 이동가능구간이 보이질 않아 초기 병력배치에 삽질이 많다. 각 캐릭터별 포텐셜 발동하는 조건이 정말 다양한데, 아예 무시하고 진행하고 있다. 알아봤자 귀찮기만 하고 오덕 뇌내망상용 캐릭터 설정도 종종 눈에 띈다. 안해!

그놈의 몇턴등급제한같은것도 최대한 신경 안쓰려고 하긴 하는데, 등급이랑 상관없이 턴 말아먹으면 신경이 쓰이긴 한다. 워낙 쉬워서 턴 제한 신경안쓰고 밀고 가기만 하면 무조건 클리어되는 게임이라 그런가, 최대한 턴수 줄이고 생각한대로 밀고 나가서 통하면 쾌감이 크다. 근데 키 배치가 엉망이고 배경과 캐릭터 위치, 오브젝트 반응도 제각각이라 의도치 않게 AP 소비한게 한두번이 아니다. 

하튼 간만에 즐겁게 하고 있다. 단촐한 장비와 레벨업 시스템도 재미에 한몫 한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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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는 별개로, 역시나 일본게임에 일본게임식 스토리텔링이구나라고 절묘하게 느껴버린것. 태생은 어쩔 수 없다. 

에피소드 진행하다보면 (왜 군에서 데리고 있는지 알 수 없는)여자주인공중 하나가(내가 군에 있었으면 맴매 했을지도 모르겠다) 스펙이 무척 높다는 설정인데, 이벤트 후 바로 다음 스테이지에서 황당한 상황이 벌어진다. 

1. 누가 봐도 나 죽여주세요 라고 써놓은듯한 위치에 배치된 적 탱크
2. 다른 병력하고 다르게 혼자 거점에서 떨어진채 탱크 옆에 대놓고 배치된 여자주인공 캐릭터
3. 머리가 있다면 누구나 아무 고민안하고 첫턴 첫 AP에 그 캐릭터로 탱크를 잡게 된다. 물론 최적의 위치라 원샷 원킬.
4. 이어지는 주인공의 독백 "빠르다! 강해!"

이건 뭐냐고오오옼ㅋㅋㅋㅋㅋㅋㅋ 지나가는 이등병 하나 그 위치에 던져놔도 한턴에 죽이겠구만 ㅋㅋㅋㅋㅋ빠르긴 뭐가 빨랔ㅋㅋㅋ 너 바보냨ㅋㅋㅋㅋ

잘 만든 게임이라면(대체로 서양게임들이 많겠지만) 저런 대놓고 벙찌는 이벤트 대신 시나리오 진행하면서 활용도를 높여주는 스테이지를 곳곳에 배치해 플레이어가 자연스럽게 빠르고 강하다고 느끼게끔 유도하겠지. 나라면 차라리 캐릭터상성이 맞아떨어지는 스테이지를 배치해서 해당 캐릭터에 손이 더 많이 가게끔 유도하겠다. 그도 아니면 아예 이벤트만으로 처리하던지. 가장 큰 문제는, 저렇게 빠르다! 강해! 해놓고선 그 뒤로 활약할데도 없고 캐릭터 클래스도 메롱이라 쓸데가 없다는거다.  결국 플레이어는 별로 빠르지도, 강하지도 않다고 느끼게 된다는것. 그래놓고 스테이지 끝나고 나오는 컷신에선 '너 빠르고 강해서 너때문에 이겼삼'... 전혀 공감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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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먹어서 그런건지 트렌드가 바뀐건지, 저런식의 일본게임향기 풀풀나는 오덕설정과 강제 이벤트 진행은 게임이 아무리 재미있어도 알러지 반응이 난다. 도대체 다음부터 몰입할 수가 없단 말이지. 게임성까지 깎아먹어가며 만든 캐릭터성이라는게 얼마나 가치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서 최근 킥스타터 성공하는 인디 RPG들은 올드스쿨한 깊이와 상호작용과 플레이어가 공감하는 스토리텔링을 강조하는것일테다. 그쪽으로나마 희망이 남아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그래서 첫타석 끊을 웨이스트랜드2의 어깨가 더더욱 무겁다. 




Posted by hangar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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